서울 용산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전재숙 씨(68)는
새해를 앞두고 스태프라 불리는 보조직원 4명 가운데 2명을 내보냈다.
나머지 보조직원도 이번 달 정산 후 내보낼지 말지 결정할 계획이다.
손발을 맞춰온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건 1일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.
주 6일로 운영되는 미용실에서 주 5일 근무조건과 인상된 최저임금,
올해부터 사실상 의무화된 주휴수당(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1주일을 개근할 때
추가로 지급하는 하루치 임금)까지 챙겨주는 건 버거웠다.
전 씨는 “주변에선 직원을 두지 않고 ‘1인숍’으로 미용실을 운영하겠다는 사장들이 많이 늘었다”며
“보조직원 없이 손님 머리 감기는 것부터 매장 청소, 손님 응대에다 전화 예약도 받아야 하지만
미용실을 꾸려가려면 이 방법 말고는 없다”고 말했다.
○ 흔들리는 미용업계 도제시스템
1일부터 적용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으로
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의무 지급이라는
두 가지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.
미용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.
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미용실 보조직원들은 디자이너를 도우면서
차근차근 기술을 배워나가는 경우가 많다.
저임금이지만 숙련된 디자이너에게 일대일로 기술을 배울 수 있어 보조직원을 시작으로
미용업에 발을 들여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.
일부에서는 “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받아온 부당한 처우가 개선되는 것”이라고 평가하지만
이보다는 “기술을 가르쳐주는데 임금까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려주라고 하면
누가 사람을 뽑아 기술자로 키우겠느냐”며 비판하는 미용업 종사자들이 더 많다.
경기 남양주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 씨(36)는
최근 손님이 늘어나 보조직원 한 명을 추가로 고용하려다 포기했다.
면접자들이 요구하는 인상된 최저임금, 주휴수당 등을 도저히 맞춰주기 힘들어서다.
오전 10시∼오후 7시 퇴근에 주 5일만 일해도 보조직원에게 나가는 인건비만
한 달에 약 180만 원을 넘기 때문이다.
2년 전만 해도 100만 원이던 비용이 크게 는 탓이다.
결국 직원을 다 내보내고 1인숍을 하기로 한 김 씨는
“이렇게 업종 특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에 화가 난다”며 “
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과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것”이라고 말했다.
규모가 큰 미용실들은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.
이들은 줄어든 시간 때문에 단골손님과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.
서울 용산구에 있는 또 다른 미용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·금요일 영업시간을
오전 10시∼오후 9시 반에서 오전 10시 반∼오후 9시로 단축했다.
이 미용실의 한 디자이너는 “손님은 그대로인데 보조직원의 임금이 오르니
어쩔 수 없이 늦게 열고 일찍 닫을 수밖에 없다”고 말했다.
일부 미용실은 인건비 부담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.
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권모 씨(31)는 “최근 미용실에 갔다가
커트값이 2만7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올라 깜짝 놀랐다”고 말했다.
염희진 salthj@donga.com·황성호·강승현 기자